밀가루는 쌀과 달리 쫄깃한 식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글루텐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글루텐은 밀가루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 글리아딘과 글르테닌이 결합해 만들어지는데, 탄성이 좋은 글루테닌과 점착성이 강한 글리아딘은 물과 섞이면 쫄깃한 식감이 탄생한다.
이처럼 밀가루 음식을 만드는데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글루텐이 최근 장내 염증을 일으키고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주법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밀가루의 글루텐이 일부 특이 체질 사람에게 설사, 영양장애, 장 염증 등의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를 ‘셀리악병’이라고 한다.
셀리악은 ‘복강의’ 또는 ‘배의’라는 뜻으로 밀가루를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하는 등의 증상이 생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미국 한 의과대학의 셀리악 연구센터에 따르면, 셀리악병은 밀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에서도 발병률이 전체 인구의 1% 미만인 희귀질환이다. 국내에서는 단 1건의 임상보고가 됐을 뿐이고, 아시아를 통틀어서도 보고 사례가 거의 없다. 셀리악병은 글루텐 소화효소가 없는 유전질환으로, 글루텐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단지 식물성 단백질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밀가루 음식을 먹는다고 셀리악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비만과 성인병에 대한 걱정이라면 밀가루는 글루텐의 문제보다는 밀가루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 크게는 전체적인 식품의 섭취량을 줄여 칼로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밀가루를 이용한 빵, 칼국수, 피자, 햄버거 등은 밀가루 자체보다는 첨가되는 소금, 설탕, 지방, 식품첨가물 등이 안전성을 위협하는 인자라 볼 수 있다.
즉 음식이 원인이 돼 건강을 해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비만이나 건강을 잃은 원인을 정크푸드 등 식품 자체에만 돌리지 말고 편식, 과식, 폭식, 야식, 운동부족 등 나쁜 습관에 있는 게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균형되고 절제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밀가루를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
밀가루의 글루텐이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은 사실이다. 오히려 동의보감 등에 밀이 쌀보다 더 소화가 잘된다는 증거도 있다. 소화불량이 오는 이유가 식품 자체보다는 많은 식사량에 의한 과식이나, 체질적으로 밀가루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원인들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쌀이나 다른 곡물들도 밀가루처럼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갖고 있고, 이 또한 특히 소화가 잘되는 물질이 아니라 과식으로 많은 양이 섭취된다면 소화불량을 일으킬 것이다. 평소 밀가루음식을 좋아하고 소화에 문제가 없는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과식하지 않는 범위에서 밀가루 음식을 드신다면 소화에 전혀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밀가루만 끊으면 살이 빠진다?
아직 어떤 식품이 똥배, 소위 복부비만을 유발했다는 증거는 없다. 틀림없는 사실은 섭취 칼로리가 소모 칼로리보다 많았기 때문에 복부비만이 생겼다는 사실이고, 꼭 밀가루가 아니더라도 쌀이나 다른 곡물을 많이 섭취하고 운동을 하지 않아 잉여 칼로리가 몸에 축적되면 복부비만이 생긴다.
그리고 밀가루가 비만을 유발한다는 주장 또한 지나친 억측이다. 미국의 Grain Chain에 따르면 피자와 파스타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밀가루 소비량이 미국보다 2배 많지만, 비만율은 미국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 음식인 기름에 튀긴 감자튀김, 햄버거패티와 이탈리아의 화로구이 피자를 비교해 보면 비만의 원인이 식품 자체 보다는 섭취량, 조리법 등 식습관과 운동량 등 생활습관과 연관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