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 시장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남양유업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커피믹스 상표권 분쟁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카페루카코리아가 남양유업을 상대로 낸 상표 등록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남양유업이 등록한 상표가 먼저 등록된 상표와 지정상품과 서비스업이 유사해 등록이 무효로 돼야 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카페루카코리아는 1999년 9월 ‘카페루카(CAFE LUCA)’를 상표로 등록했고, 2010년 5월 갱신했다. 카페루카는 커피전문점 가맹점과 레스토랑 영업 등에 이 상표를 사용했다.
남양유업은 이보다 늦은 2013년 신제품 커피믹스를 출시하면서 ‘루카(Looka)’를 상표로 등록했다.
이에 카페루카코리아는 ‘남양유업이 같은 업종에서 유사상표를 등록했다’며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양유업의 ‘Looka’는 먼저 등록된 상표와 철자가 다르고, 문자 배치 모양도 달라 혼동 우려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카페루카코리아는 ‘카페루카’ 상표 중 식별력이 있는 부분은 ‘루카’이므로 호칭이 유사하고, 관련 업종도 겹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남양유업 역시 ‘카페루카’'는 ‘루카라는 이름의 카페’라는 의미 정도에 불과하고 특별한 식별력을 가지는 상표가 아니라고 맞섰다.
특허법원은 카페루카코리아의 주장을 받아들여 특허심판원의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카페루카’에서 ‘카페’ 부분은 커피점이라는 의미일 뿐, 식별력이 없는 반면 ‘루카’ 부분은 특정인이 독점할 수 있는 단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남양유업의 루카는 먼저 등록된 카페루카와 동일ㆍ유사 상품에 사용될 경우 소비자에게 오인ㆍ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양유업은 상표권 패소라는 악재와 함께 커피믹스 시장의 점유율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한때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며 맥심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던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점유율은 올 초 9%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10%대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첨가물인 ‘카제인 나트륨’을 넣지 않았다는 마케팅으로 맥심에 상처를 입히며 커피믹스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듯 했으나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쳤다.
업계관계자는 “‘갑질 논란’ 이후 우유 시장 어려움까지 겹치며 커피믹스 사업에 주력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상표권 분쟁에서 패소한 남양유업이 커피믹스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우유 소비 감소와 공급 과잉에 발목이 잡혀 당분간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