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나주에 2000억원을 투자해 커피전용공장을 완공했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와 커피믹스 시장에서 입지 마저 좁아지고 있어서 깊은 시름에 잠겼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전남 나주에 2000억원을 투자해 첨단 설비의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커피전용공장을 완공했다. 2012년까지 평균 영업이익이 600억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치 벌어들인 수익을 모두 이 공장에 투자한 것이다.
가장 큰 악재는 커피전문점 ‘카페루카’와 벌인 상표 등록 무효소송에서 법원이 카페루카의 손을 들어준 것에 있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더이상 루카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됐다. 그동안 루카에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또, 새로운 이름을 붙인 후에는 다시 마케팅이 필요하다. 루카는 스틱원두 시장에서 동서식품에 밀려 큰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AC닐슨에 따르면 스틱원두 시장은 동서식품의 ‘카누’가 시장점유율 84%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남양유업의 루카 점유율은 4%에 그치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3년 ‘갑질 논란’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계속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기 때문에 루카에 마케팅 비용을 들이기 곤란한 상황이다.
하지만 스틱원두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을 접을 수도 없다.
최근 커피믹스의 당 함량을 기존 대비 25% 줄인 신제품을 출시하며 커피믹스 사업을 다시 키우기 위해 나섰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미지수다.
사측은 "'2분의 1 칼로리' 제품이 출시된 적이 있지만, 합성감미료 등을 사용해 맛이 떨어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며 "그러나 이번 당 저감 커피믹스의 경우 설탕을 줄이면서도 국산우유와 농축우유, 자일리톨 등 천연재료로 단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경쟁사인 동서식품이 설탕을 기존 대비 3분의 1로 줄이고 벌꿀, 자일리톨 등을 넣은 맥심 커피를 출시한 선보였다.
남양유업의 자존심이었던 컵커피도 힘을 못쓰고 있다. ‘프렌치카페’는 경쟁사의 맹공격으로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3년 32% 수준에서 올 상반기 22%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용량 컵커피 ‘카와’를 내놓고 있지만, 매일유업의 ‘바리스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첨가물인 ‘카제인 나트륨’을 넣지 않았다는 마케팅으로 동서식품에 대항하며 커피믹스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듯 했지만 커피믹스 ‘프렌치카페’ 점유율은 올 초 9%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10%대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유업계 ‘갑질 논란’ 이후 우유 시장 어려움까지 겹치며 커피믹스 사업에 주력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커피믹스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다시 키우겠다고 했지만 우유 소비 감소와 공급 과잉에 발목이 잡혀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