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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숙 소설가 칼럼> 배추김치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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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밥상에 빠질 수 없는 반찬을 하나 뽑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로 뽑을 김치. 그 김치의 유래는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가 오늘날 먹고 있는 대표적인 김치의 주원료인 배추김치의 역사는 조선시대 고추가 들어온 이후로 기록되어있다.

 

그전까지는 여러 가지 채소를 소금에 절인 형태의, 백김치와 비슷한 김치를 주로 먹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빨간 배추김치의 정확한 유래를 찾기 힘들지만 역사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약간의 상상력을 보태 보기로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600여 년 전, 어느 시골 마을에 배추와 고추 농사를 짓고 사는 젊은 부부가 있었다. 어느 해 하늘의 도움이신지 배추와 고추 농사가 대풍을 이루었지만, 부부는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배추야 절여 먹는다고 해도 조선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낯선 작물인 고추는 판매할 방법이 없었다.

 

많은 고추를 우선은 배추처럼 소금에 절여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많이 남았다. 부지런은 했지만 뾰족한 꾀가 없었던 남편은 시름에 잠겼고, 그 모습을 바라본 부인이 매콤한 고추를 말려 가루를 내면 오래 보관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그 가루를 배추에 고춧가루 양념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 농부는 아내의 말대로 빨간 고춧가루 양념으로 버무린 배추의 맛은 기가 막혔다.

 

부부가 만들어 낸 배추와 고추의 환상적인 만남으로 맛을 낸 배추 버무림은 인근 동리로 소문이 나고 부부가 만들어 놓은 고춧가루도 곧 동이 났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팔도강산 곳곳으로 퍼진 베추 버무림은 가는 곳에 따라, 침이 넘어간다는 채소라고 해서 ‘침채’ 라는 말로 불리다가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침해, 담채, 김채, 김치로 전해오다가 점차 ‘김치’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를 증명해 주듯 소금에 절여 겨울을 준비한 야채 저장 방법이 조선시대 중기이후에 대량적으로 유입된 고추를 배추에 사용하 된 것이다. 그리고 18세기 조선후기에 들어서면서 고추를 조미료로 사용했다는 설은 김치의 어원을 뒤받쳐 주고 있다.

 

김치는 담그는 방법과 양념의 재료도 점차 발전하면서 오늘까지 우리 민족의 전통음식으로 대대손손 전해 내려왔다는 전설 같은 김치의 역사가 지금은 우리의 전통음식이 되어 세계로 뻗어나가 그 이름과 맛을 자랑하고 있다.

 

 

그만큼 김치는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고, 요즈음은 식재료 중 김치를 담가 먹지 않는 재료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찾아내는 ‘김치게임’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김치의 존재감이 높지만 그 중 으뜸은 단연 배추로 담근 배추김치일 것이다.

 

그런 배추의 어원은 중국에서 배추를 이르는 말인 ‘백채(白菜’에서 찾을 수 있고 본래 우리가 많이 먹는 배추의 품종은 중국 북방지역이 근원이다.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온 배추는 우장춘 박사의 품종개량을 거쳐 ‘한국배추’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획득해 국제식품분류상 ‘차이니즈 캐비지(Chinese Cabbage)’에서 한국만의 ‘김치 캐비지(Kimchi Cabbage)’란 이름으로 분리 등재하였다고 하니 더욱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배추 역시 일상적으로 늘 먹는 채소라 그 효능을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지만, 배추에는 식이섬유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변의 양을 증가시키며, 장의 운동을 촉진시킴으로서 정장작용에 유효하고 변비와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칼슘, 칼륨, 인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C, D가 풍부하여 감기 예방, 치료와 뼈에도 좋다고 한다. 장에 좋다는 배추는 특별한 부작용은 갖고 있지 않지만 찬 성질을 갖고 있어 만성 대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익혀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배추는 김치 말고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우선 배추를 다듬고 남은 겉대는 우거지가 되어 국을 끓여 먹거나 볶을 수도 있고 무쳐 먹을 수도 있다. 무청으로 만드는 시래기와는 달리 우거지는 말릴 필요 없이 삶기만 하면 되니, 귀찮아지는 것이 많아지는 추운 시기에 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좋다. 배추는 쌈으로 먹어도 좋고 국물에 넣으면 달큰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배추 겉절이 또한 별미이고 충청도와 경상도 지방에서는 배춧잎을 통째로 넣어 전으로 부치는 배추전이 좋은 밥상에는 빠지지 않을 정도로 선호하는 음식이다.

 

근래에는 알배추를 이용한 밀푀유-나베라는 요리가 유행하고 있다. 밀푀유(mille-feuilles)는 프랑스어로 “천 겹(thousand sheets)” 또는 “천 개의 이파리(thousand leaves)”라는 뜻으로 원래는 맛있는 파이가 여러 겹을 이루는 페이스트리 디저트를 말한다. 여기에 일본어로 냄비라는 뜻의 나베를 합친 말로 배추와 얇게 썬 고기를 번갈아 가며 겹겹이 쌓은 다음 한입 크기로 썰어 냄비에 단면이 보이도록 겹치고 육수를 부어 끓여 먹는 일종의 전골 요리이다.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겨울철에 한 번 도전 해 보면 좋을 듯싶다.


맛있는 배추를 잘 고르려면 배춧잎의 두께와 둘레, 속의 잎을 잘 살펴봐야 하는데 잎의 두께와 잎맥이 얇아서 부드러운 것이 좋다. 또 들어봤을 때 묵직한 느낌이 들고, 겉잎은 거의 푸르며, 속잎을 먹어봤을 때 달고 고소한 배추가 품질이 좋다. 특히 배추의 반을 잘랐을 때 속이 꽉 차 있고 내부가 노란색을 띠는 것이 좋은데, 너무 진한 노란색이나 흰색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배추의 학명은 Brassica rapa이다. Brassica는 켈트어의 양배추(Bresic)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그리스어의 삶는다(Brasso) 또는 요리한다(Braxein)에서 유래되었다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rapa라는 단어이다. rapa는 그리스어의 rapus 또는 켈트어의 rab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그 의미는‘치료’라고 한다. 이 같은 학명 자체에서 치료의 의미가 함유되어있는 배추는 최초로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약재로 사용될 정도의 건강기능성 식품이었다.

 

그래도 배추의 역할은 김치가 으뜸이다. 배추의 맛은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맛에 베 나오는 달큼함이 입안에서 감돈다. 이런 배추의 특성을 잘 이용한 저장 식품인 김치를 만들어 빈부에 상관없이 사계절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부식으로 이용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는 연신 감탄을 쏟아낼 뿐이다. 해가 바뀌면 또 설 명절이 돌아올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 식탁에 배추김치에 곁들여 배추전이라도 부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명절에 찾아올 손주들에게 지갑을 열어서 파란색 ‘배춧잎’으로 주머니를 채워주는 것도 좋겠지만 건강 채소 배추를 이용한 요리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것도 아이들에겐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 과연 배춧잎 지폐보다 더 좋아하게 될지 궁금한 마음은 벌써부터 설레임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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