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농촌은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구 감소, 농업 고령화, 지역경제의 축소는 모든 지방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과제다. 충남 청양군도 같은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위기를 하나의 기회로 삼았다. 지역이 가진 자산을 스스로 재정의하고 농업과 먹거리를 지역발전 전략의 중심에 놓았다. 이 선택이 바로 ‘청양형 푸드플랜’이다.
전국 159개 지자체가 함께 경쟁하는 평가에서 4년 동안 최상위가 유지된다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성과는 청양만의 결과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전국 지자체가 함께 확산시키고 발전시켜야 할 로컬정책의 새로운 표준이라고 생각한다.
청양형 푸드플랜의 핵심은 복잡하지 않다. 생산–유통–소비–복지–일자리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것이다.
청양군이 만들어가는 이 제도들은 지자체라면 누구나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다. 중요한 것은 농업에 대한 ‘철학’과 ‘일관성’이다.
먹거리종합타운이라는 통합 인프라는 청양형 모델의 상징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핵심은 시스템이다. 안전성 검사, 가공, 공공급식, 복지 연계까지 하나의 구조 안에서 작동하는 모델을 만든 것이다. 어떤 지자체든 여건에 맞는 규모로 이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생산과 소비를 끊김 없이 연결하는 운영 원리다.
도시 소비자와의 연결도 지자체들이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청양군은 대전권 직매장, 백화점 특산물관, 현대아울렛 판촉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을 열었다. 지역의 농산물이 도시로 향하고, 도시는 다시 지역을 기억하도록 만드는 이 구조는
다른 지방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시장 접근성은 행정이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할 영역이다.
푸드플랜의 힘은 복지와 지역경제에서도 확인된다. 경로당 공공급식, 취약계층 밑반찬 지원, 아동·학교급식 연계 등은 지역의 먹거리가 지역 주민의 삶을 직접 개선하는 구조를 만든다. 청양산 농산물이 다시 청양 주민의 식탁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은 지자체의 의지만 있다면 전국 어디에서든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이다.
푸드플랜을 기반으로 창출되는 일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농업과 지역경제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각 지자체도 농업과 가공, 유통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충분히 같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청양형 푸드플랜은 청양만의 비밀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지역이 지역의 힘을 어떻게 구조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다. 지역이 단순히 중앙의 정책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나는 전국의 지자체가 청양의 사례를 ‘답안지’처럼 보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 각 지자체가 가진 고유한 자원과 지역성 위에 자신만의 푸드플랜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청양이 만든 모델은 방법이 아니라 방향이다. 그 방향은 분명하다. 농업을 지키는 것이 곧 지역을 지키는 일이고 먹거리를 중심에 둔 정책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지방정부가 힘을 모아 전국 곳곳에서 로컬푸드 기반 정책이 확산된다면 대한민국 농촌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청양은 그 시작점이 되었을 뿐이다. 이제는 전국이 함께 움직일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