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장관 김희정)가 최근 직장 내 성희롱 실태 및 관련 제도 운영 현황 등을 파악하여 효과적인 성희롱 예방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2015년 성희롱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지난해 여성발전기본법이 개정돼 최초로 민간사업장까지 포함해 매년 3년마다 국가가 실태조사를 하도록 법제화된 것이다.
과거 공공기관만을 대상으로 했을 당시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 직원 7957명을 대상으로 성희롱 실태를 조사한 결과 동료의 성희롱 피해를 목격한 이들은 92.6%에 달했지만 심각성 인지 정도는 75.7%가 심각하지 않다고 느꼈다. 피해를 인지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명문대 교수부터 대기업 임원, 고위 공직자는 물론이고 목사, 연예인들에 이르기까지 성추행으로 법원을 들락날락거리는 소식이 연일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서장원 포천시장은 금품으로 성추행 혐의를 무마하려 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서 시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같은 날 서울대는 경영대 박오수 교수를 5일자로 파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 교수는 술자리 등에서 여학생들을 성추행하거나 ‘뽀뽀를 해주지 않으면 집에 안보낸다’는 성희롱 발언 등을 한 것이 확인된 것이다.
앞서 서울대는 수리과학부 강석진 교수가 제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11일에는 가수 바비킴이 벌금 4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라는 판결을 받았다.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 내에서 음주 뒤 난동과 함께 승무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다.
기업인들의 추태도 만만찮다. 최근 삼아제약 임원이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을 끌어안고 손등에 키스하는 등 성추행으로 입건됐으며 삼성물산 상무는 미국 출장 중 10대 한인여성을 성추행해 현지 경찰에 체포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토러스증권의 경우도 전무가 여직원을 강제추행, 여직원이 피하자 쫓아간 것으로 알려져 부모의 항의를 받는 등 구설수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3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추행 혐의로 옷을 벗었으며, 2014년에는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여성들을 따라가 음란행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공연음란죄로 면직 처리됐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2014년 9월 강원도 원주지역 골프장에서 20대 여성 캐디의 신체 일부를 수차례 접촉하는 등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이 고령인 나이를 생각해 집행유예에 그쳤으며 올해 건국대 석좌교수로 재임용 됐다가 결국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 5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전 대변인이 여직원에게 승진을 빌미로 부적절할 신체접촉을 한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성범죄에 관해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여전히 전근대적인 계층의식과 특권의식에 젖은 것”이라며 “‘갑질’을 하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해이가 심각을 넘어 타락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