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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스님 칼럼> 선거판과 무속인 논란

세상이란 두부모 자르듯이 직선(直線)적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선거철만 되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무속인 논란이다. 이번에 등장하는 모(某) 법사가 무속인 인지 아니면 불교를 전법 포교하는 법사(法師) 신분인지는 좀 더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사단법인 대한불교종정협의회에 따르면 불교를 포교하는 법사라고 한다. 이 분이 ‘국민의 힘’ 정당에서 대선과 관련하여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언론이 지나치게 과대포장 내지는 희화한 느낌이 없지 않다. 이런 차제에 무속신앙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자.

 

무속신앙의 역사는 인류 시원과 더불어 시작된다. 간단히 무속(巫俗)이라고 하지만, 본래는 무교(巫敎) 또는 무속신앙(巫俗信仰)으로서 일종의 토착 종교의 성격을 갖고 있다. 불교나 기독교도 한국 땅에 와서는 약간의 무속적인 영향을 받아서 정착하는 과정을 밟은 것이 한국 종교사의 한 단면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샤먼’이라는 말은 퉁구스계족에서 주술사를 의미하는 사만(Saman)에서 유래한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 외에도 인도 산스크리트어 사문(沙門)을 의미하는 쉬라마나(Sramana)나 빨리어의 사마나(samana)로부터의 차용어라든지, 페르시아어의 우상을 뜻하는 셰멘(shemen), 한자에서 사당을 의미하는 사(祠)로부터 전화되었다는 어휘라는 설도 있으며 중국에서는 여성은 무(巫)라고 하며 남성은 격(覡)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무교는 무당으로 불리는 중재자가 신령과 인간을 중재하는 종교로서, 토테미즘(특정한 동식물 등)적인 성격도 가져 자연의 정령이나 토착 신령을 숭배했고 조상신 등의 귀신을 기렸다. 북아시아의 몽골, 퉁구스 등지의 텡그리즘(Tengrism)등 종교관과 유사점을 가지며 단군 신앙에서부터 기원을 가진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문화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한민족의 민족 종교로 여겨진다.

 

텡그리 신앙은 샤머니즘, 정령 숭배, 다원주의, 조상 숭배를 특징으로 하는 중앙아시아의 전통 종교이다. 고대 튀르크어로는 텡그리가 ‘하늘’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튀르크족, 몽골인, 흉노족, 훈족의 국가였던 돌궐 제국, 고대 불가리아, 하자르 칸국(중앙아시아 튀르크족의 분파), 아바르 칸국(유라시아 유목민 연맹체), 불가리아 제1제국 등에서 숭배되었다.

 

한민족의 조상 시조로 알려진 단군은 몽고어 ‘텡그리’, 터어키어 ‘탕그리’와 같은 말로서 우리말로는 당골이다. 이는 우랄알타이어로서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에 그 기원을 두는 우랄알타이어족의 중심이 되는 존재로서 ‘하늘 중심’ 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무속을 간단히 미신으로 치부해 버리지만, 사실 무속은 미신과는 좀 다른 성격을 지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요즘 같은 과학의 시대에 무속을 절대시 하는 것은 아니로되, 무속도 한민족의 민족 종교였다는 사실만은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무속을 미신으로 평가절하 해버리는 언론이나 시사평론가들의 단견을 보면서 무속과 무속인의 행태는 분별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한 무속인이 얼마만큼 고도의 정신적 육체적 수련을 통해서 영적으로 신령과의 중재역할을 하는가는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미신으로 치부해 버린다고 해서 무속신앙을 하는 샤먼이나 추종자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절대자나 어떤 초월 능력을 ‘믿는다(信)’는 것과 ‘믿지 않는다(不信)’는 것은 상대적인 관념일 수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샤머니즘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우리는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오랫동안 종교의 철학과 역사에 대한 교수를 역임한 미르체아 엘리아데(Mircea Eliade, 1907~1986)란 분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종교사학자이자 작가였다. 그는 8개 국어(루마니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영어, 히브리어, 페르시아어, 산스크리트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었다.

 

종교사에 대한 그의 작업 가운데, 샤머니즘과 요가, 우주적 신화에 대한 글이 주로 평가받고 있다. 한글로 번역된 책들만 해도 《신화와 현실》(이은봉 옮김, 한길사), 《미로의 시련- 엘리아데 입문》(김종서 옮김, 북코리아), 《영원회귀의 신화》(심재중 옮김, 이학사), 《대장장이와 연금술사》(이재실 옮김, 문학동네), 《성과 속》(이은봉 옮김, 한길사), 《종교형태론》(한길사), 《샤머니즘》(까치), 《세계종교사상사I, II, III》(이학사), 《종교사 개론》(이재실 옮김, 까치) 등이 있다.

 

선거철이 되다보니, 신문 방송과 시사평론가들의 전성시대가 되었다. 신문이나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뉴스의 주인공보다도 여기 토(吐)를 다는 자들의 잡담 수준의 시사평론에 불만을 갖게 된다. 시사평론가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시사평론가의 논평을 듣다보면 여야를 떠나서 여론 형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국민들의 판단이나 의식에 수준이하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에 우려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세상이란 두부모 자르듯이 직선(直線)적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며, 곡선(曲線)과 원(圓)도 있어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인정했을 때, 진정한 민주사회가 구현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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