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니어 = 조성윤 기자] 환경부가 현행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전국에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개선 방향을 보고하면서 "현 제도를 획일적으로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보다는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이런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실무 협의·논의 중인 안으로 국회·지방자치단체·업계 등과 협의 후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 장관이 밝힌 개선 방향 골자는 '보증금제를 강제하지 않겠다'이다.
보증금제를 전국에 확대한다는 기조는 유지하되, 지자체가 여건에 맞게 대상·기준·방식 등을 정해 조례나 업체들과 협약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환경부 구상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포함해 지역 내 전체 식음료 매장에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것도, 중심상업지역과 '카페거리' 등이나 공공청사 등 주요시설에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모두 허용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보증금 액수도 지자체가 정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또 현재는 보증금을 현금이나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데,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체의 앱을 통해 '포인트'로 반환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현 제도는 '전국의 일정 규모 프랜차이즈 매장'에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마련됐다. 다만 환경부가 재작년 12월 '소상공인 부담' 등을 이유로 제주와 세종에만 축소 시행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이 공익감사 후 환경부에 '전국 확대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카페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을 때 내는 보증금은 300원으로 설정돼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은 정부의 환경문제 해결 의지를 판단하는 가늠자로 여겨져 왔다.
현 정부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의지가 없다고 비판받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부담'과 함께 '소비자 불편과 혼란', '제도 적용 대상과 비대상 간 형평성' 등이 그간 환경부가 내세운 보증금제 전국 시행이 어려운 이유였는데 제도 시행 여부는 물론 제도의 내용까지 지자체 자율로 맡기겠다는 방안은 혼란과 형평성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전망이다.
이날 환경부는 소비자가 오래 머무르고 출입구가 있어 일회용 컵 반납이 쉬운 야구장과 놀이공원, 공항, 대학 등 대형시설을 중심으로 보증금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프랜차이즈 단위 보증금제 자율 시행'도 유도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받아 가지 않은 보증금은 제도 이행을 지원하는 데나 다회용 컵 사용 소비자 인센티브 확대에 사용할 방침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2022년 기준) 일회용 컵 사용량은 231억개로 추산된다. 종이컵이 172억개, 플라스틱 컵이 59억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환경부는 일회용 컵 재활용 가치가 '1개당 4.4~5.2원'으로 낮고 보증금제가 컵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작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기 위해 매장이 부담하는 컵 처리비용이 1개당 43~70원으로 추산되므로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일회용 컵은 재활용할 가치가 적다는 입장은 기존 환경부 입장과 배치된다.
한편 이날 김 장관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 개선을 위한 환경부 내부 논의자료에 '우군화 가능성이 확인된 그룹을 활용', '언론 기획 기사로 현행 제도 문제점과 해외사례·대안 제시' 등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추진하려던 정황이 담겼던 것에 대해서 "국민과 (시민사회) 단체에 여러 가지 혼란과 우려, 오해를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장관으로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