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니어 = 조성윤 기자] 채소ㆍ과일 속 항산화 효소인 ‘아스코르베이트 페록시다아제’(Ascorbate Peroxidase, APX)가 ‘만병의 주범’으로 통하는 활성산소로부터 인체 세포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효소는 특히 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항산화 방어 시스템을 조절하는 핵심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학 식물생리학자 마리아 산달리오(Maria A. Sandalio) 박사팀은 사과ㆍ감귤ㆍ포도ㆍ딸기ㆍ아보카도 등 다양한 과일을 대상으로 숙성 도중 APX의 양과 활성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APX 효소는 활성산소(ROS)를 제거하고, 비타민 Cㆍ글루타싸이온 등 항산화 성분과 상호작용해 세포 손상 억제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결과(Ascorbate peroxidase in fruits and modulation of its activity by reactive species, 과일 내 아스코르베이트 페록시다아제와 활성종에 의한 효소 활성 조절)는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발간하는 저명 학술지 ‘실험식물학회지’(Journal of Experimental Botany)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과일이 익으면서 APX 효소의 활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했다. 과일의 숙성기엔 APX 활성이 더 높아졌고, 이로 인해 활성산소 등 세포 내 산화 부산물이 효과적으로 제거됐다. 이는 신선한 과일 섭취가 인체 내 항산화 능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된다.
연구팀은 과일이 고온ㆍ기계적 압박ㆍ병원균 감염 등 외부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APX 활성이 더욱 증가하며, 이는 과일 스스로가 보호 메커니즘을 작동시켜 손상ㆍ부패를 줄이려는 생리적 반응이란 점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APX는 단순한 효소를 넘어 식물과 인체 모두에게 이로운 활성산소 등 산화 스트레스의 조절자”이며 “신선 과일을 꾸준히 섭취하면 APX 효소 작용이 활발해져 노화 억제ㆍ염증 완화ㆍ면역 기능 개선 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PX는 과일의 숙성과 저장 중에 많이 생겨 과일의 품질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APX가 풍부한 식품으론 감귤류(오렌지ㆍ자몽 등)ㆍ딸기ㆍ포도ㆍ키위ㆍ아보카도ㆍ토마토ㆍ시금치ㆍ브로콜리 등이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비타민 C 함량이 높고 항산화 능력이 뛰어난 식품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몸속 효소 분비는 20대에 분비량의 정점을 찍고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며, 40대에 들어서면서는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명예교수는 “생채소ㆍ과일을 신선하게 즙을 내 효소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엔자임 주스(enzyme juice)는 비타민 C 외에도 APX 같은 효소가 풍부해 항산화ㆍ면역력 강화를 도울 수 있다”며 “고온ㆍ장기 열처리된 상업용 주스는 APX 효소와 비타민 C 등이 대부분 소실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