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역조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구제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방역에 소홀한 축산기업 하림그룹(회장 김흥국)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충북 진천지역 구제역 발생은 하림그룹의 자회사인 선진(대표 이범권)의 계열화 농장에서 처음 발생했다. 처음 구제역이 발병한 선진 계열화 농장은 진천을 비롯해 경기도 용인·이천시와 충남 아산시 등 다른 지역 농장에 새끼 돼지를 분양했다.
농식품부는 하림그룹 계열사가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해 구제역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예방백신 접종 여부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방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며 "예방접종을 다 해야하는데 일부 돼지는 예방접종이 안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방역에 소홀한 축산관련 대기업과 대기업 계열 농장을 퇴출해야 하며 '삼진아웃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터져나오고 있다.
충북도의회 이양섭(진천2) 산업경제위원장은 22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구제역이 대기업 계열사가 직영하는 농장에서 처음 발생했고 방역에 소홀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애꿎은 소규모 농장까지 이동제한.출하금지 조치에 걸려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불성실한 축산업자를 이참에 퇴출시켜야 성실한 축산농민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진천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양돈농장 2곳은 과거에도 구제역이 발생했던 대형 축산기업의 계열화 농장"이라며 "구제역이 발병한 농장의 항체 형성률이 턱없이 낮은 걸 보면 백신접종을 아예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역을 소홀히 함으로써 엄청난 재앙을 유발한 대기업과 대기업 계열농장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의견에 공감하는 (진천)지역의 소규모 축산농이 들고 일어날 움직임도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또 "가축이 출하되기 전 항체를 사전 검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항체가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도축 출하를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충북도의회는 지난 19일 구제역 살처분 보상금과 방역·매몰 비용에 대한 국비 부담률을 상향 조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건의문에서 도의회는 "충북에서 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인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빈번히 발생해 애지중지 키우는 가축을 살처분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지자체는 살처분 보상금과 방역비용, 매몰비용의 상당액을 부담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2∼3년 사이 충북지역 AI·구제역 방역활동과 가금류·우제류 살처분 작업, 살처분 보상 등에 투입한 지방비(도비+시·군비)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은 방역비의 50%와 살처분 보상금의 20%, 살처분 비용의 100%는 지방비로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