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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투데이 “빛 따라 풍경 따라”- 휴양도시, 베트남 다낭 (1편)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끝났을 무렵 평소 잘 지내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사의 3박5일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베트남 다낭을 다녀왔다. 마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장소를 다낭으로 제의한 적이 있어 다낭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베트남은 초행길이자 친한 벗들끼리의 여행이어서 기대감과 다소 들뜬 분위기 속에서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5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자정 가까이 다낭 공항에 내렸을 때는 동남아 국가가 다 그러하듯 허접한 공항청사에 더위를 알리는 우거진 야자수가 청사 문 앞에서부터 우리를 반기기나 하듯 얼기설기한 이파리들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오직 다낭에서 믿는 이라고는 여행 가이드뿐인 우리 일행은 가이드가 들고 있는 피켓을 보고 그를 따라 버스에 올라 그리 멀지 않은 호텔로 향했다.

 

 

 

다낭은 베트남에서 네 번째 큰 도시로 한때 북베트남의 사이공이라 불릴 만큼 경제적으로 번창했으며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주둔지로 알려져 있다. 19세기경에는 프랑스 식민정부의 중요 항구이자 휴양지였고, 고대에는 참 족의 근거지로 알려진 역사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다낭 주변의 주요관광지로는 옛 도시 호이안의 시가지, 마블마운틴, 투본강 투어, 야간 한강 유람선 투어, 바나산 국립공원 등이 있다. 이곳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면 5km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1500m고지의 바나산 위 유럽풍의 산정도시와 옛날 중세의 도시 호이안 시가지일 것이다. 여행기간 중 다행스럽게도 비는 오지 않았고 더위가 심하지 않아 관광하기에는 큰 불편이 없었다.

 

운이 좋게도 숙소는 20km의 긴 비치가 뻗어 있는 미케비치에 위치하고 있어 바다를 조망하며 아침 일출을 볼 수 있었고 비치를 따라 기다랗게 줄지어 선 야자수 거리를 내려다 볼 수 있어 남국에 온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호텔주변의 거리는 비교적 한산하여 사람들의 왕래가 드물었고 미케비치는 숙소를 나와 도로를 건너면 바로 접근할 수 있어 아침 일찍 친구들과 함께 해변을 거닐며 남국의 새벽을 숨 쉬며 온 몸으로 바다를 안을 수 있었다. 바닷가에는 10여명의 현지인들이 바다 깊숙이 큰 그물을 던져 넣어둔 후 다 같이 줄을 잡아당기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떤 고기가 잡히는지 바구니를 열어보니 자잘한 갈치들이 펄떡이고 있었다. 그들이 그물을 잡아당기는 장면을 사진에 담으면서 젖은 백사장에 비친 사람들의 반영이 사진에 더욱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다.

 

중세 동중국해 무역중개지 호이안 거리

 

다음 날에는 호이안 옛 도시로 이동하였다. 호이안은 다낭에서 남동쪽으로 30km 떨어져 있으며 깨끗하게 잘 정돈된 시가지에 17세기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유서 깊은 항구도시로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매력적인 도시이다. 호이안은 15~19세기 사이 동중국해의 해상 무역중개지로 크게 융성하여 일본, 중국, 베트남, 프랑스, 포르투갈 상인들이 세운 다양한 건축물이 남아 있는 등 여러 나라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19세기 무렵까지 해상 실크로드의 중요 거점인 동서무역의 요충지로 번영을 누렸던 호이안은 16~17세기경 일본인들의 이주가 많아지며 일본인 마을이 생기고 그때 지은 일본풍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지금도 남아 있다.

 

 

호이안 도시 곳곳에는 중국과 일본 문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고,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건물들이 남아 있는 도시로 하노이나 호치민만큼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베트남을 잘 아는 여행자들은 한결같이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는다고 한다. 호이안에 오면 반드시 들리는 곳으로 1800년대 말 중국 광저우에서 온 상인들이 지은 광조회관 등 중국식 가옥 그리고 일본인거리와 중국인 거리를 연결시켜 주는 내원교를 비롯하여 200년 전에 일본인이 지었다는 떤기고가를 들 수 있다. 아담한 거리에는 ‘시클로’라 불리는 인력거를 타고 둘러보는 나이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이은 모습과 집집마다 담장에는 붉은 꽃줄기가 주렁주렁 드리워져 있어 도시 전체가 마치 꽃 대궐 같은 분위기였다. 도시는 조그만 강을 끼고 있고 강에는 나룻배에 관광객을 태우고 유등을 띄우며 거리 곳곳에는 초파일 연등보다 더 큰 오색등을 매달아 놓아 축제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그 옛날 호이안이 불교도시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밤에는 한강야경을 감상했다. 오색등을 선단에 단 유람선을 타고 한강의 긴 다리 위에 황금색채의 용과 다리 한 가운데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생긴 높은 아치타워에서 번갈아 나오는 형형색색의 불빛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선상에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남아의 전통 춤을 추는 황금빛 옷을 입은 무용수가 눈알과 손가락을 이리저리 돌리며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았고 멀리 긴 다리의 난간을 감싸고 있는 황금 빛 거대한 용의 입에서는 불이 연신 허공을 향해 뿜어내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에는 마블마운틴을 향했다. 현지인들이 오행산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옛날 참파왕국이 베트남에 의해 정복된 이후 힌두교의 성지에서 불교의 성지로 바뀌어 경배의 대상이 달라졌다고 한다. 동굴 안은 돌계단과 작은 굴들이 이어져 있으며 곳곳에 안치된 불상과 탑 앞에는 지성을 드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서양인들의 눈에 산이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여 이름을 마블마운틴이라고 붙였다고 한다. 오행산은 108m 높이로 정상에 오르면 전망대가 있고 다낭의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데 오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우리 일행은 오르기를 포기했다.

 

 

 

다음 행선지는 바구니 모양으로 지름 2m 가량 크기의 배, 틴퉁을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야자수가 숲을 이룬 투본강의 하구언에 선착장으로 보이는 폭이 좁은 강 양쪽에 바구니 배들을 빽빽하게 대놓고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배에 두 사람씩을 태우고 넓은 강으로 노를 저어나갔다. 모든 배들이 모여드는 곳에는 뱃사공이 바구니 배를 사방으로 뒤흔들며 묘기를 보이는가 하면 마이크를 들고 한국의 가요를 멋들어지게 뽑으며 춤을 추는 사공들의 배가 여기저기에 포진하고 있었다. 그러한 배를 둘러싼 관광객들은 함께 노래하고 손뼉을 치며 수고료로 1달러씩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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