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리점과의 거래 과정에서 서류 위조, 사업 방해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하이트진로음료가 여전히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생수 유통 대리점인 한신상사, 마메든샘물 등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음료는 거래 중 발생한 피해 보상에 대한 대화를 중단한 채 오히려 명예훼손 등 고발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의 1인 시위, 피해 사례 발표회 등 시민단체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하이트진로음료는 반성은커녕 유통 대리점에 대한 법적인 압박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유통 대리점 대표와 점주들은 관계 기관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중소업체만 억울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하이트진로음료 측은 이들 대리점과의 거래가 법적인 문제가 없고, 오히려 허위를 주장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맞서고 있어 문제가 더욱 꼬여가는 상황이다.
◇피해보상 시위 감시하려 CCTV 설치 의혹
지난 2010년 하이트진로음료와 유통 대리점 거래 계약을 체결한 한신상사의 김모 사장은 총판권 손실, 하이트진로음료의 채권 추심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으로 경매 처분된 사촌 여동생의 아파트 등 총 4억원 정도의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 기간 하이트진로음료가 한신상사의 거래처에 통보한 채권양도통지서가 하이트진로음료에서 영업을 담당했던 조모 대리가 위조한 것이며 이후 한신상사에 발송된 세금계산서 역시 허위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하이트진로음료의 고위 임원은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해 10월부터 한신상사와 피해보상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음료는 의혹을 모두 부인한 후 김 사장을 허위 사실 유포로 경찰에 고소했고, 최근 들어서는 피해보상에 대한 대화조차도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사장은 "하이트진로음료 측이 협상한다는 조건으로 우선 시위 현수막을 모두 철거해 달라고 요구해 철거했다"며 "그동안 1억5000만원정도 금액으로 협상으로 해오다 지금은 서로 전화도 없고, 지난 18일 관계자에게 손봉수 대표와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트진로음료가 위조한 채권양도통지서에 대해 "서초경찰서에서 문제의 의혹을 수사한 점과 감정도 하지 않고 고소인의 것으로 확정해 누명을 씌운 점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하이트진로음료는 김 사장의 주장에 대해 경찰, 국과수, 법원 등을 거쳐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며, 공갈미수, 명예훼손 등 혐의로 김 사장을 고발한 상태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김 사장 측과 협상을 논의한 회사 앞에서 허위사실을 적시하면서 시위를 계속하고,이로 인해 당사의 대외적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당사의 이미지에 가해지는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원안을 언급한 것으로, 김 사장이 이를 거부해 결론나지 않은 것"라고 전했다.
또 "명예훼손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됐고, 추가로 김 사장이 당사에서 자신이 요구하는 금액을 지급하지 않으면 회장과 대표이사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취지로 겁박해 서초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사장은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청담동 사옥에 지난 17일 CCTV 설치 공사가 시작된 것을 두고 감시의 목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김 사장의 주장에 대해 "건물 사옥에 대한 안전과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통상적인 관리용"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시정 명령 불복에 대리점 사장 고발
한신상사보다 앞서 하이트진로음료와 갈등을 겪기 시작한 마메든샘물 역시 지금까지도 법적 공방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0년 5월 '지리산 청학동 샘물'이란 상표로 생수 유통사업을 시작한 김모 사장은 사업 호조로 2004년 마메든샘물이란 브랜드를 출시했으며, 이후 이 브랜드는 매출 신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006년 하이트진로음료가 마메든샘물 대리점들과 접촉해 생수 무상 제공, 판매량에 따른 리베이트 추가 제공 등의 조건을 제안했고, 이에 대리점들은 하이트진로음료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마메든샘물의 미수금은 늘기 시작했다.
결국 2008년 들어 마메든샘물의 8개 대리점이 하이트진로음료 대리점으로 전환됐고, 마메든샘물은 급격한 매출 하락과 미수금 증가로 사실상 파산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에 김 사장은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염매 혐의로 신고했고, 4년 동안 총 3차례의 신고 끝에 사업활동 방해로 시정명령 의결을 이끌어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2013년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했지만, 1년 뒤 원고패소 판결을 받은 후 다시 대법원에 항고했다.
걸고 시위하고 있지만, 하이트진로음료는 한신상사와 마찬가지로 마메든샘물의 김 사장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김 사장은 "하이트진로가 갑질 행위로 영세기업을 죽이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는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이 없고, 본인은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며 "지금도 하이트진로는 거짓과 위증, 위조로 계속 시간을 끌면서 사과 없이 본인을 어떻게 구속시킬까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난했다.
마메든샘물 대리점주들도 하이트진로음료의 개입으로 본사가 힘든 상황에 부닥친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음료가 접촉하기 시작하면서 결성된 대리점주들의 모임에서 총무를 맡았던 서모 점주는 "2008년도 이후에 다른 대리점들이 그쪽으로 넘어가면서 마메든샘물 본사가 어려워지니까 지원해주는 것이 없었다"며"스스로 현금으로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중소업체, 소상인들에 대한 행태가 방송이나 뉴스를 통해 보다 현실적으로 몸으로 피부로 느끼다 보니 대기업이란 곳이 상당히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며 "하루빨리 이 문제가 끝나길 바람밖에 없고, 유사한 사례가 대한민국 안에서 없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사법부의 2차례에 걸친 가처분 결정에서 김 사장의 현수막 게시 행위는 집회 및 시위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해 당사의 명예 또는 신용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면서"원만한 해결을 위해 수차례 대화를 하고 있으나, 법적인 절차로 진행된 사안인 만큼 당사는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영상 / 노태영 기자>
<마메든샘물 사건일지>
2000.05.
:김용태 사장, ‘지리산 청학동 샘물’이란 상표로 샘물 유통사업 시작.
2004.
:사업 호조로 ‘마메든샘물’이란 브랜드 출시, 브랜드 출시 이후 계속 매출 신장세.
2006.
:석수&퓨리스(현 하이트진로음료) 임직원 3번 찾아와 마메든샘물 포기와 석수&퓨리스로의 사업 전환 요구하였으나 거절.
:이후 하이트진로음료는 마메든샘물 12개 대리점에 접근해 초기 3개월 동안 샘물 무상 제공, 1년 동안 통(18.9L)당 860원, 이후 4년 동안 1720원, 판매고에 따른 리베이트 추가 제공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대리점 브랜드 전환 작업 시작(당시 마메든샘물은 대리점에 통당 2300원, 석수&퓨리스는 2500~2600원 수준으로 대리점에 공급).
:마메든샘물 대리점들은 하이트진로음료와의 수차례 접촉 이후 마메든샘물 물량 대신 하이트진로음료 물량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마메든샘물은 대리점에 대한 미수금이 급격히 증가.
2008.07.
:8개 마메든샘물 대리점이 하이트진로음료 대리점으로 전환.
:매출의 급격한 하락과 미수금 증가로 마메든샘물 사실상 파산 상태에 들어감.
2009.09.
:하이트진로음료를 부당염매 혐의로 공정위에 1차 신고.
2010.09.
:공정위 “피신고인의 공급가격이 제조원가를 하회했다고 볼 수 없고, 시장 내 유사행위 또한 인정되어 피조사인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금지하는 부당염매행위로 인정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
:이에 신고인이 “하이트진로음료가 제조원가 이하로 공급했다는 것을 증명하면 부당염매가 인정되느냐?”는 질의에 대해 공정위 조사관 “그렇다”고 답변.
2010.12.
:하이트진로음료가 마메든샘물 대리점에 원가이하로 공급했다는 증빙 서류를 갖춰 2차 신고
:2차 신고 이후 공정위는 태도를 바꿔, 어렵게 성사된 신고인 면담에서 “공정위가 왜 원가계산까지 해야 하느냐?”, “이런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사회주의 사회에서나 하는 일”이라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
2011.10.
:공정위, “피조사인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여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사건 조치의 근거와 다른 내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절차 종료.
2012.
:공정위에 3차 신고.
:공정위의 편향된 태도에 여러 차례 경고하고 2012년 7월 공정위 앞에 대형트럭으로 교통방해 시위 벌여 김용태 사장은 49일 구류 생활.
2013.07.
:공정위, 하이트진로음료에 대해 부당염매가 아닌 ‘사업활동방해’로 시정명령 의결.
2013.
:하이트진로음료,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 서울고등법원에 제기.
2014.07.
:서울고등법원, 하이트진로음료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
2014.08.
:하이트진로음료, 서울고등법원 행정소송 패소에 대해 대법원 항고.
<한신상사 사건일지>
2010.10.
:하이트진로음료-한신상사, 샘물 유통 대리점거래 계약 체결. 한신상사는 2000만원 보증보험을 담보로 제공.
2011.05.20.
:하이트, 한신상사가 샘물을 공급해 받을 채권이 있는 거래처에 한신상사의 채권을 하이트로 이전한다는 채권양도통지서를 통보. 동시에 한신상사에 대해서는 동 채권에 대해 한신이 채권을 하이트에 양도한다는 채권양도계약서 작성. 한신은 거래처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받고 05.30. 거래처에 하이트의 사문서 위조 사실을 내용증명을 통해 알림. 결국 하이트는 한신 거래처에 대한 채권을 양도받지 못했으나, 조모 대리의 최초의 서류 위조 확인됨.
2011.06.10.
:하이트진로 채권팀 내부 회의에서 한신상사에 대한 8개월간 누적 외상미수금이 1억1200만 원이며, 여신초과 채권 9873만원으로 보고되고 채권팀은 한신상사에 대한 채권보전 방안을 강구해 채권관리 계획 등을 06.17.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 이 서류는 김 사장이 2012년 중반에서야 확인하고 확보함.
2011.06.16.
:조 대리, 김 사장에 한신상사의 보증보험 담보액을 2000만원 추가 증액해야 한다고 인감증명서를 비롯한 서류를 요청해 전달. 나중에 보증보험에서는 증액이 되지 않고 이 서류들이 박모 대표 소유 아파트에 대한 저당권 설정에 이용됨.
2011.06.17.
:하이트, 박 대표 소유 아파트에 한신상사에 대한 채권 확보를 위해 채권최고액 8000만원 근저당 설정등기 완료. 근저당 설정을 위해 담보 소유자의 동의를 확인하는 필수 서류로 확인서면이 작성됨. 또한 근저당 설정에 필수적이지는 않으나 박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담보제공승락서도 이 때 작성됨.
2011.06~07.
:하이트, 한신과 거래관계 없는 업체에 한신이 물품을 공급한 것으로 꾸민 허위 세금계산서 작성. 하이트는 한신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세금계산서를 보내주지 않다가 6개월 정도의 분량을 한꺼번에 보내줬고, 이 세금계산서 안에 한신과 거래관계 없는 업체에 한신이 물품을 공급한 것으로 돼 있는 세금계산서가 끼어 있었음.
2011.07~10.
:김 사장, 음주운전으로 구속 상태. 박 대표가 면회를 와서 아파트에 대한 저당권 설정 동의 여부를 물어 그 때 박 대표 소유 아파트에 하이트가 담보 설정한 것을 인지.
2011.11.01.
:김 사장, 하이트진로 조 대리에 그간의 서류 조작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으나, 조 대리는 김 사장이 동의했다고 주장. 일단 그간 하이트와 한신의 거래내역을 통해 채권채무 정산을 함. 정산 결과 한신상사의 대금미수금1026만9900원 확인.
2011.11.말.
:조 대리, 한신상사에 서울경기 독점판매권을 부여한다는 자신의 서류 작성. 조 대리는 서울경기 독점판매권 내용이 들어간 계약서 대신 한신이 하이트에 추가의 담보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추가약정서’를 임의로 만들어 김 사장에게 전달. 조 대리는 김 사장에게 5000만원의 약속어음을 제공하면 서울경기 독점판매권 계약서를 주겠다는 말로 약속어음을 받아내고, 5000만원 약속어음 중에서 2300만원을 할인해 찾아감.
2011.12.13.
:하이트, 한신상사 박 대표의 동의 표시가 있는 확약서 작성. 이 확약서는 하이트가 2011년 6월 박 대표 소유 아파트에 저당권을 설정한 것과 관련, 박 대표가 위 근저당권 등기 설정에 관해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임.
2012.02.
:저당권 설정물에 대한 가압류 등 경매절차 진행, 2014년 10월 경매절차 완료. 낙찰 가격은 약 1억4000만원,하이트는 약 7000만원을 회수함.
2014.07.24.
:하이트-한신 서울고등법원 민사소송 과정에서 박 대표 소유 아파트에 근저당권 설정 사무를 수행한 법무사가 증인으로 증언함. 증인 법무사는 확인서면에서 박 대표가 날인한 것으로 되어 있는 우무인(지장)이 하이트 조 대리의 것임을 확인했고, 그 전까지 박 대표가 쓴 것으로 돼 있던 필기가 “사무실 직원이 쓴 것”임을 확인.
2014.10.
:하이트-한신상사 김OO 사장 피해보상 협상 시작.
2014.11.10.
:하이트 고위 임원, 김 사장과 면담 시 한신에 서울경기 독점판매권 약속한 조 대리 작성 계약서와, 서울경기 독점판매권 사라진 조 대리 작성 추가약정서, 그리고 하이트 직원이 꾸민 허위 세금계산서 일부에 대해 조 대리가 허위 작성했다고 인정하고 사과.
2015.01.26.
:하이트 영업 담당 고위 임원, 김 사장에게 18.9L 말통 샘물 5년 동안 타 대리점에 비해 판매장려금을 400%(100%는 1개월치 판매 물량) 더 지급하는 타협안 제시.
2015.02.03.
:하이트진로 고위 임원, 김 사장과 박 대표에게 “마음 상하게 해드려 너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사과. 이 때 김 사장과 박 대표는 울면서 그 동안의 고통에 대해 하이트의 책임을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