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새누리당-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간 대결 구도로 펼쳐지는 6.4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농약급식'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며 물고 물리는 공방전 양상이 벌어진 가운데 박원순 후보가 일부 논란에 대해 인정해 파장이 예상된다.
다수 매체의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앞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열린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정 후보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근거로 '농약급식'으로 박 후보를 몰아부쳤다. 박 후보는 '농약급식' 논란에 전격 부인했고 토론회 이후 복잡한 대결 구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원순 시장의 핵심공약이었던 친환경급식이 친농약급식이었다"는 정 후보의 지적에 박 후보는 "잔류농약이 검출된 식자재는 모두 폐기했고 학교에 농약이 묻은 농산물이 공급된 일은 절대 없다"며 "학교로 공급될 뻔한 부적합품을 적발해 폐기한 것으로 칭찬받을 일이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인 27일 서울시교육감 문용린 후보는 교육청 기자실에서 교육정책 및 공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회견 말미에 "교육감 후보로서 정치적인 논란에 개입할 마음은 없으나 제기된 농약급식 문제와 관련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교육감으로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 학교에 공급된 친환경식자재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된 사실이 있다"며 감사원 감사결과와 정몽준 후보의 주장이 사실임을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공방에 나섰다. 학교급식의 1차적인 책임은 교육감에게 있고 농약급식이 이뤄졌다면 박원순 시장이 아니라 문용린 교육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 교육감 후보의 발언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이 이미 2012년 6월과 7월에 부적합 농가에 대해 교육청과 학교에 통보 조치한 문제가 되는 이 시기에는 곽노현 전 교육감이 재임 중이었으며 문용린 교육감이 취임한 건 2012년 12월 서울시교육감 재보선 이후라는 것이다.
이같은 공방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가 28일 오전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와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식품공사에 수사관 약 20명을 보내 유통센터를 통해 학교에 공급된 친환경 식재료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자 이날 오후 박 후보 선거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에는 학교에 납품됐다는 4300㎏의 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이야기가 없다"면서도 "다만 감사원 정밀검사로 일부 잔류농약이 검출됐다고 하니 그런 개연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 후보나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4300kg 전체가 농약 농산물이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
친환경유통센터 잔류농약 검사제도 어떻게 이뤄지나
일반농산물 - 전수검사, 친환경농산물 - 샘플링 검사
센터 통해 학교 납품된 친환경농산물서 잔류농약 검출
이러한 복잡한 공방전의 진위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의 잔류농약 검사제도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센터가 공급하는 농산물은 일반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 2가지로 나뉜다. 지금 논란이 제기된 것은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부분이다. 센터는 일반농산물의 경우 잔류농약을 검출하기 위해 전수검사를 하고 친환경농산물은 샘플링 검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환경농산물의 경우 전수검사하지 않고 샘플링검사만 하는 이유는 관계기관으로부터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산물이고 센터가 직접 산지관리를 하기에 기본적으로 잔류농약이 검출될 수 없는 농산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굳이 전수검사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2013년 8월까지 센터의 친환경농산물의 잔류농약검사는 하루 10건 내외였다. 수백가지 품목을 생산자별로 전수검사하려면 700개 내지 1000개의 샘플을 채취해 검사를 해야 하나 그 중에서 하루 10건 정도의 샘플만 채취해 잔류농약 검사를 해 온 것이다.
친환경농산물 샘플링 검사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되면 2가지 조치가 취해진다. 첫째, 해당 농산물은 전량 폐기하고 둘째, 서울시는 관련정보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에 통보해 해당 생산자의 친환경인증을 취소시키게 하는 것이다. 이번에 감사원에서 지적한 것은 서울시가 농관원에 검사결과를 통보하지 않아 해당 친환경농산물 공급업체가 계속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고 그러한 사후관리 미흡에 대해 서울시장에게 주의조치를 한 것이다.
문용린 교육감이 밝힌 자료를 보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합동해 학교에 배달된 농산물의 잔류농약검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 3년간 센터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 학교에 공급된 친환경농산물에서도 꾸준히 잔류농약이 검출됐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지난 3년간 1633건 검사물량 중 총 23건이 부적합 적발됐으며 이 중 9건이 센터에서 공급한 친환경농산물이다.
문 후보가 밝힌 자료는 센터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 학교에 공급된 친환경농산물에서도 여전히 잔류농약이 검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이다. 문용린 교육감은 "센터에서 보내준 친환경농산물에서 실제로 농약이 검출됐고 농약이 학생들 식판에 올려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이러한 결과가 나올 때마다 센터에 이를 통보해 생산자 및 납품업체를 사후관리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센터는 3년여간 업체를 바꾸거나 제재하지 않고 계속 납품케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용린 교육감으로 하여금 867개 학교가 이용하고 있던 친환경유통센터와 관련해 개선대책을 마련하게 된 계기였다.
문용린 교육감 개선대책 내 놓자 센터 사후약방문 자구책 강구
문용린 후보는 지난해 11월 개선대책을 발표했는데 그 주요내용은 전임 곽노현 교육감이 센터 이용을 권장하기 위해 베풀었던 수의계약한도 2000만원을 일반업체와 같은 1000만원으로 조정하고 센터 이용여부를 학교장들이 전적으로 재량권을 갖고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867개 학교가 이용하던 센터 이용율이 급감했고 2014년 5월 현재 특수학교 16개 외에는 센터를 이용하는 학교가 하나도 남지 않아 센터는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는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던 지난해 9월부터 서둘러 내부개선책을 마련해 시행했으나 이는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다.
센터는 친환경농산물 산지공급업체를 4개에서 9개로 늘리고 친환경농산물의 가격도 경쟁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또 일반농산물공급업체를 외부업체 양평지방공사, 지마크, 팜플러스, 민수 등 4곳에서 가락동 및 강서 시장내 중도매인 10곳으로 변경했다. 친환경농산물 산지공급업체의 경우 종전에는 전국에서 수집하는 도매상 역할을 했으나 현재는 9개 업체가 각도에 분포해 자기 업체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 내에 소재한 농산물을 수집하여 공급하는 체제로 바꿨다. 아울러 일반농산물 전수검사, 친환경농산물 샘플링검사를 대폭 강화해 검사장비도 확충하고 검사하는 시료의 개수도 대폭 늘렸다.
교육청의 개선대책 시행 후 센터를 이용하던 각 학교는 eaT 식재료발주시스템을 이용하게 됐다. 그렇다면 eaT 발주시스템을 이용하면 잔류농약이 근절되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센터를 이용할 때보다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생산자와 납품업자 관리를 교육청이 직접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잔류농약을 100% 근절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래서 잔류농약 문제를 없애려면 반드시 생산자와 납품업자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센터는 교육청에서 잔류농약검출 결과를 통보했어도 산지공급업체나 배송업체를 한 번도 제재하거나 퇴출시킨 사례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친환경농산물 산지공급업체 4곳과 배송업체 16곳이 2011년에 처음 선정돼 2013년까지 계속 재계약해 납품을 계속했다.
박원순 후보측은 지난 22일 감사결과 처분요구서가 공개된 지 일주일이 되도록 요구서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혼선을 낳고 잘못 대응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